층간소음에서 해방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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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집 층간소음에 고통받고 있다. 아파트가 소음에 취약한 것 같으니 몇 번이나 조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밤늦게까지 부모와 남자아이의 악을 쓰면서 뛰어노는 소리와 가구 끄는 소리는 일상이 되었다.

 최근 겪었던 가장 황당한 소음은 윗집이 아이의 생일파티를 해야 한다면서 집에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불렀던 일이다. 스피커에서 꽝꽝거리며 나오는 음악 소리, 아이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의 괴성과 발소리 때문에 평일에 재택근무를 하다 천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조금만 조용히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러 윗집에 직접 찾아갔더니, 그럼 날아서 다녀요? 공중부양해요?라는 말에 어찌나 열이 받던지. 미안하다, 아이의 생일이라 그러니 조금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을 했으면 이해라도 했을 텐데 공중부양이라니. 그 순간에는 왜 층간소음으로 흉악한 사건들이 발생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관리사무소에서 층간소음에 대해 좀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었으면 윗집에 직접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끔 심한 소음이 발생하는 날에 참고 참다가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항상 우리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직접 윗집에 찾아가서 해결해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럼 층간소음 방송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하면, 다른 입주민들이 층간소음 방송이 시끄럽다고 오히려 민원을 넣어서 못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는 이유는 윗집에 직접 항의하러 찾아갔다가 저런 말도 안 되는 공중부양 소리를 듣고 큰 싸움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말이다.

 이제 감정은 상했고 윗집과는 더 이상 상대도 하기 싫다. 층간소음 같은 문제는 서로 대화를 통해 잘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윗집과 더 말 섞어봤자 참지 못하고 싸움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음에 또 심각한 층간 소음이 발생하면 그때는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스럽다. 층간소음 문제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 층간소음 피해자인 내가 왜 이사를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 이 아파트가 꽤 마음에 드는데 왜 다른 곳으로 손해를 보면서 이사를 가야 하나. 오히려 지속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고 이를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공동주택 생활에 불편을 주는 가해자 윗집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제발 제발 윗집이 이사를 가고 아랫집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새로 이사를 오거나, 윗집이 정신을 차리고 조용해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말 층간소음에서 해방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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