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아율라가 전화했다. 언니, 내가 그를 죽였어. 그건, 내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주인공 코레드가 동생인 아율라와 함께 남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코레드는 이런 일이 익숙이라도 한 것인지 살인현장을 정해 놓은 순서대로 청소하고, 남자의 시체를 깔끔하게 처리한다. 반면 아율라는 본인이 사람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시큰둥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다. 아율라는 점점 아버지를 닮아간다. 그는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곧바로 모범시민 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런 피를 물려받은 건가? 하지만 그의 피는 나의 피이고, 나의 피는 곧 그녀의 피가 아닌가.” 

 코레드는 아율라가 정당방위로 남자들을 죽인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남자들을 죽이고 난 뒤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생활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공포를 느낀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병원 의사 타데가 아율라에게 첫눈에 반했을 때도 동생과 그를 떨어트려 놓으려고 애를 쓴다. 혹시라도 그가 죽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심지어는 그에게 동생을 조심하라며 경고까지 한다.

 “내가 언니니까 – 아율라는 내 책임이다.”  

 “아율라는 인정머리 없고 이기적이며 무모하다. 그런데 그녀의 안녕은 언제가 그랬듯 내 책임이다. 지금도.” 

 하지만 아율라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코레드는 동생의 편에 선다. 어릴 적 자매는 아버지의 폭력에 대항해 함께 맞서 싸운 과거가 있다. 코레드는 어려서부터 동생을 보호하는 것이 언니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를 계속 살해하는 동생과 그 뒤처리를 하는 언니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는 살인을 다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길지 않은 분량인데 챕터가 많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고, 뭔가 내용이 전개되려다 급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만 골라 살해하는 여성 연쇄살인마를 다룬 서늘한 스릴러 소설을 기대했다면 매우 아쉽겠지만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읽기에는 좋다. 

 생소한 나이지리아 소설을 읽어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나이지리아의 사회와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족장에 대한 언급이라든가, 조혼 풍습을 암시하는 상황이라든가, 심각한 교통체증, 뒷돈을 받고 일을 무마해 주는 경찰 등의 모습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의 도시, 라고스는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 중 하나로 시내에서 외곽까지 자동차로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조금만 검색해 보면 나이지리아 경찰의 부패를 다룬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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